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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여움

2020. 10. 1.

 

추석선물로 준비했지만 미완성이라 염치불구하고......

쫀 추석, 휴가 되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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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같은 분위기의 뭔가 보고 싶다

다 쓰고보니 이도저도 아니게 되었다

 

 

 

 

 

 

전쟁은 옛적에 했었고 지금은 그냥 서로 상생하는 중. 

하지만 우든레프는 그냥 숨어서 지냄.

사람들은 우든레프라는 존재는 알지만 본 적이 없음.

아쉴롬이 새비지 터미널이 아니라 그란디스 어딘가 쓰레기장 구석에 존재함.

항상 유동적으로 인적 드문 곳으로 옮겨 다니는데 이번엔 아보리스 구석.

어디로 옮기는지는 지도자층들만 앎. 

 

 

 

 

 

일리움은 살면서 아쉴롬의 밖으로는 나가본 적이 없었다.

아주 몰래 아주 잠깐이라면 쓰레기장 정도일까.

쓰레기들을 보면 밖의 사람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옷가지를 보며, 책을 보며, 그들이 쓰던 물건들을 보면서

그것들을 보면 볼수록 호기심이 생겼고,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갈 수 없었다. 허락 받을 수도 없고 허락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다른 아이들과 말을 해봐도 그들은 바깥은 무섭다며 그런 생각은 접으라는 말 뿐이었다.

답답하다.

유일한 낙은 그들이 버린 쓰레기장에서 건진 몇 가지를 보며 모아두고 상상하며 그리는 것 뿐이었다

여러가지 연구해보고 만들어내는 것 또한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부품을 구하기 위해 몰래 빠져나와 쓰레기장으로 갔는데 종이들이 한다발 버려져 있었다. 

보니까 무슨 축제 홍보물인 것 같았다. 위치는 모르지만 이 곳에 홍보물이 있었으니 근처겠지.

날짜를 보니 오늘부터 내일까지였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어떻게 생활할까. 어떤 축제를 할까 궁금하다

하지만 위험이 따른다는 것도 있었다. 사고가 나면 어떡하지. 돌아올 수 없게 된다면?

불안감이 엄습했다. 호기심을 채우는 것도 좋지만 생사와 안전이 달린다면 다른 문제다.

쓰레기장 너머에서 축제가 시작된 듯 큰소리들이 들렸다.

조금이라면. 조금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리요가 반대하는 소리를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미 발은 쓰레기장 밖을 향해가고 있었다.

밖으로 살짝 고개를 빼어 바라본 그 곳은 화려했다.

거리는 천신제보다 형형색색으로 빛나고 불꽃이 터지며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떠들썩했다.

눈에 너무 많은 것들이 담겼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소리가 사그라지더니 모두 조용히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뭘 하는 거지? 뭔가 하는 건가?

멀리서부터 웅장한 소리가 들려왔다. 행진을 하고 있었다.

누구길래?

행진의 제일 앞에는 왕관을 쓴 사람이 있었다. 감출 수 없는, 세상을 집어삼킬 듯이 큰 붉은 마력날개.

책으로만 봤던, 수업으로만 들었던 하이레프 신왕이라는 사람일까.

기사들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신왕의 뒤를 따라 걸었고, 기사들 뒤로는 군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열을 맞춰 걸었다.  

사람들은 환호를 하며 그들을 열렬히 환영했다.

그 모습은 정말 숨이 쉬어지지 않을 만큼 두려우면서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만큼 멋졌다.

군인들은 서로 제각각의 표정을 지었지만 대부분 무표정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띈 사람이 있다면 시시각각 표정이 달라지는 사람이었다.

옆 사람과 친한 듯 말을 주고 받는데 입을 열 때마다 표정이 달라졌다.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고 퍼렇게 질리기도 하고 어두워지기도 하고 제각각이었다.

옆사람과 다투다가 잠깐 고개를 이쪽으로 돌렸을 때 본 그의 눈은 한쪽은 은색이었고 한쪽은 노란색이었다.

한순간 이었다. 한순간 이었지만 사로잡히기엔 충분했다.

리요가 시끄럽게 내 상태를 나열하는 것 보면 분명 그랬다.

하지만 지금 뿐이다. 다시 만날 수도, 이루어질 수도 없는 사람이다.

리요가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고, 시간을 너무 오래 지체했다고 알리길래 마지 못해 발걸음을 돌이켰다.

잊지 못할 광경일 것이다. 계속 그리게 되겠지. 아쉴롬에서.

리요의 말이 맞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차라리 몰랐던 게 더 나았을 수도

 

 

 

 

부품은 왜 하루가 멀다고 부족한 걸까. 분명히 충분한 양을 전에 챙겼었던 것 같은데

몰래 빠져나오는 것도 이제 쉽지 만은 않다.

부품을 찾으러 쓰레기장을 뒤지고 있으면 어디선가 앓는 소리가 들렸다.

몬스터가 이 곳에 존재할 리 없는데... 

긴장하며 그 정체를 확인하려 다가가면 그 곳엔 한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사람을 버릴 수도 있는 건가. 처음 든 생각이었다.

이 곳에 가만히 둘 수는 없어서 상태를 보려고 확인하면 어제 그 사람이었다.

두통인지 뭔지 인상을 쓰며 앓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가슴이 쿵쾅거린다. 치료를 해야 하나. 하지만 어떻게?

자신이 새삼 그런 쪽으로는 지식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로슐라로 될까.

가방 깊숙이 자리하던 그로슐라를 꺼내 그의 머리맡에 두자 힘겨워 하던 표정이 좀 가셨다.

정신을 차리시려나.

멍하니 생각할 즈음 리요가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설명을 구구절절 말하는데 들리지 않는다

그의 눈이 살짝 뜨였다. 제대로 정신이 들진 않은 것 같았다.

 

...괜찮아요?

누구... 윽, 알...베르....?

 

그는 무언가 중얼거리더니 다시 눈을 감았다.

리요의 시간이 되었다는 말에 자리를 뜰 준비를 했다. 이대로 두고 가긴 그렇지만 데려갈 수도 없었다.

일어서려는데 팔을 붙잡혔다. 놀라서 쳐다보면 찡그린 채로 여길 쳐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꼼짝 할 수가 없었다. 무서웠다. 아직 제정신이 아닌 사람인데도.

오싹하고 불쾌해지는 느낌이다. 

행렬 때 그 사람이 맞나 싶었다.

돌아가야 하는데.

압도되는 분위기에 움직이지 못했다. 

쓰레기장 입구에서 누군가 오는 소리가 들리자 정신이 들었다. 이건 정말 위험해. 돌아가야 해

그의 손을 뿌리치고 돌아보지도 않고 게이트 쪽으로 갔다.

 

 

 

 

 

또 이런 데서 구르고 있지. 아크

아냐. 이번엔 스펙터가 멋대로 벌인 짓이야... 윽. 진짜 제멋대로 라니까

친구 된 거 아니었어?

친구는 무슨... 아... 대체 얼마나 날뛴거야. 폭주할 일도 없었는데 하필이면 축제 때

그래. 그 일로 시말서 써야 할 거다

살려줘 알베르

물론이지. 너 혼자 쓰면 언제 끝날 줄 알고. 그런데 누가 여기 있었어?

누군가.. 있었던 것 같은데.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누가 있었다라. 이 구석 중 구석 쓰레기장에 말이지.

 

알베르가 뭔가 생각하는 듯이 주변을 둘러봤지만 고요했다.

 

그러고 보면 네가 제정신인 건 오랜만에 보네. 항상 스펙터가 반겨줬는데

그러게. 오늘은 어쩐지 머리가 맑아져서.. 이거 때문인가

 

머리맡에 있었던 그로슐라를 들었다. 

 

그로슐라잖아? ... 이 쓰레기장에 그로슐라가 있었다고?

그 사람이 두고간 게 아닐까.

이 주변에선 그로슐라를 구하기 어려울텐데 무슨 수로? 수색을 해야하나

오랜만에 축제인데 분위기 깨지 말고 나중에 해. 일단.. 좀 돌아가자

 

그로슐라를 챙겨 알베르의 부축을 받으며 쓰레기장을 나섰다.

 

 

 

 

 

일리움은 정신이 없었다.

처음 봤을 때와는 다른 두근거림이었다. 그건 다른 사람. 다른 존재 같았다.

어떻게 된 거지..? 분명 같은 사람이었는데.. 사실 몬스터의 탈을 쓴 건가. 아니면....

그간 읽었던 책들에서는 전쟁 때 비인도적인 비윤리적인 실험들이 시행되었다고 했었다.

그는 군인이었으니. 실험체가 되었을 수도 있다. 호기심이 일었지만 아마 이 이후로는 만날 수도 없겠지.

비어있는 교실에서 열심히 기계를 만지고 있으면 아가테님께서 찾아오셨다.

 

일리움. 이야기를 좀 나눌 수 있을까요?

네? 네! 

게이트 밖을 자주 나가던데 무슨 일이 있나요?

그... 기계 고철 부품이 모자라서 구하러... 나갔어요

일리움은 바깥으로 나가고 싶나요? 괜찮으니 솔직하게 말하셔도 돼요

음... 조금... 답답한 면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차마 아가테님의 눈을 바라보며 말할 수 없어서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아가테님께서 손을 잡아주셨다,

 

나가 볼래요?

...네?!!? 그.. 전...

후훗. 내쫓는 게 아니에요. 일리움은 천재 공학자니까 세상에 나가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요.

그리고 저희도 이제 개방해서 교류해야 하지 않을까.. 계획에 두고 있거든요

 

어때요? 라고 묻는 아가테님께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어디로 가야하죠?

일리움이 바깥에 나간 곳이 어딘 줄 아나요?

하이레프.. 신왕이 있는 곳이면 아보리스 아닌가요?

! 제른 다르모어를 만났나요?

아뇨.. 지나가는 행진에서 봤어요

쓰레기장 밖으로도 나갔군요. 그래요.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에요.

 

손에 땀이 차오른다.

 

일리움의 말대로 이 곳은 아보리스에요. 한 때는 우든레프의 수도였던 곳이었죠.

아마 그 곳에 가면 배울 것이 아주 많을 거에요. 예전에 남겨두고 온 것들도 있고. 더 발전시켰을 수도 있죠.

일리움이 원한다면 아보리스에 가서 배워도 좋을 거에요. 제가 추천해둘게요.

...! 정말요..?

그럼요. 그럼 가는 걸로 알고 있어도 되겠죠? 준비되면 일리움을 부를게요.

 

아가테님이 손을 꼭 잡아주시더니 교실을 나가셨다.

꿈이.. 아니지? 나갈 수 있다니? 더 공부할 수 있다니?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꿈만 같다. 바깥은 어떨까. 하이레프의 수도라니! 상상이 되질 않는다.

아. 정말 만약이지만 그 사람을 만날 수도 있는 건가. 좀 더 기대하게 되었다.

 

 

 

 

 

일리움 먼저 당부할 게 있어요. 배웠겠지만 그 곳은 계급이 존재하는 사회에요.

그러니까.. 마력날개가 필요하다는 소리죠. 그건 문제가 되지 않을 거에요. 

가서 만날 사람이 일시적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그게.. 가능한 건가요?

네. 유일하게 가능한 사람이죠. 일단 가도록 해요.

 

아가테님이 이끈 크리스탈 게이트 밖으로 나가자 어느 큰 홀로 나왔다. 쓰레기장이 아니었다.

아주 넓고 공허한 곳이었다.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두리번 거리다가 앞을 바라보면 그 곳엔 어떤 사람이 의자에 앉아있었다.

의자가 아니라 왕좌였다. 저번에 행진에서 보았던 신왕이 앉아있었다.

그는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생각없이 쳐다보고 있다가 아가테님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리자 그제야 허둥지둥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데려온 저 것이 네가 말하는 그 녀석인가.

그렇습니다.

과연. 마력이 전혀 없군. 정말 우둔한 생명이 아닐 수 없어

약속.. 지키리라 믿습니다.

 

신왕은 살짝 찡그리더니 손을 들어 나에게로 향했다. 그 순간 정말 처음으로 힘이 흘러넘침을 느꼈다.

등 뒤를 보니 붉은 날개가 솟아나 있었다. 아가테님이 달고 있었던 기계날개를 떼주셨다.

 

앞으로 걱정이 좀 되네요. 적응을 잘 해야 할 텐데...

 

아가테님은 머뭇거리시더니 안아주시며 귓가에 속삭였다.

 

위험을 느낀다면.. 바로 돌아와요. 일리움. 

이 크리스탈을 줄 테니 항상 가지고 다니세요. 조금이라도 마력을 흘려 넣으면 게이트가 생길 거에요. 알겠죠?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더니 타고 왔던 게이트를 향해 몸을 돌리셨다. 돌아가시려는 아가테님을 보니 불안감이 엄습했다.

정말 나 혼자서 괜찮을까? 어떡하지. 잘못되면.. 아니. 여기까지 보내주셨는데 힘내야지. 할 수 있을 거야.

 

그럼. 이 아이를 잘 부탁 드립니다. 제른 다르모어

......

 

이내 아가테님은 크라스탈 게이트로 들어가셨고, 곧 게이트 또한 닫혔다.

그렇게 신왕과 단 둘이 남게 되었는데.. 내가 어쩔 줄 몰라하고 있으면 그 사람이 밖에서 사람을 불렀다.

준비된 방에 데리고 가라고 하며 수행원 한 명을 붙이라고 했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너무나 낯설다.

앞서 안내하는 사람을 따라가는데 다른 곳을 볼 여유가 없었다. 

안내인은 방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게 너무 뻘쭘했고,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곧 건물 내 외진 곳에 있는 한 큰 문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이 방이니 들어가면 됩니다. 수행원은 곧 들겁니다. 그와 함께해야 밖에 자유롭게 다닐 수 있습니다.

 

안내인은 내가 방 안으로 들어가자 문을 닫았다.

떨떠름하게 들어온 방 안을 둘러보면 책이 한가득 있었다. 책상 옆에는 설계도로 보이는 종이들도 엄청나게 많았다.

그것들을 보자마자 다른 생각은 나지 않았다.

곧 바로 앉아서 살펴보았다

 

 

 

 

 

그 말 들었어? 신왕전이 아보리스에 자리 잡고 한번도 열리지 않았던 문 드디어 열렸대.

뭐..? 그런 곳이 있었어?

분명 배웠을 텐데 넌... 정말 한결 같구나. 아크

...그래서 그게 어쨌는데

그 곳에 들어간 사람에게 수행원을 붙이라는 명이 떨어졌어

와 그럼 지원자 엄청 많겠네. 신왕님께서 감추고 있었던 곳이었으면 궁금해서라도 지원하겠다.

맞아. 그래서 네가 가게 될 거야. 아크 

....? 나? 

그러니까 시말서는 대충 적고 준비해

내가 왜? 나는 딱히 지원도 안 했는데 할 줄 아는 것도 전투 말고는 없잖아

그러니까 그렇겠지. 넌 관심이 없을 테니까. 그리고 이미 보고 올라가서 바뀔 일은 없을 거다.

아...

가면 어차피 할 것도 없을 걸. 그냥 쉰다고 생각해

그럴 수 있다면 좋겠네

 

 

 

 

 

문을 몇 번이나 두드렸는데 안에서는 어떠한 반응도 없다. 그냥 열고 들어가도 되는 건가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면 안에는 어두컴컴했다. 책상에서 빛나고 있는 어떤 기계를 제외하면.

살펴보니 예의 그 사람이 불 밑에서 도면 같은 것을 뚫어져라 보는 것 같았다.

이 상황이 정말 이해가 되진 않지만 불을 켜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마력을 사용해서 방을 밝혔다.

방 안이 갑자기 환해지자 놀랐는지 허둥지둥 거리다가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대로 돌처럼 굳었다. 

말을 먼저 하지 않으면 계속 굳어있을 것 같아 먼저 소개를 했다.

 

당분간 이 곳에 배속된 수행원 아크 소령이라고 합니다. 

아..! 전... 우ㄷ.. 음.. 일리움이라고 합니다. ...천재공학자예요

그렇습니까. 그럼 전 이제 어떤 일을 하면 됩니까? 

그.. 러게요.....? 저도 이제 막 와서.. 잘 모르겠..습니다?

 

밝은 불빛 아래서 본 그 사람의 모습은 생각보다 어렸다. 앳된 목소리.. 채 200살도 안되었을 것 같다.

신왕님께서 데려온 사람이라고 하길래 더 나이가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그럼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뭔가 해야 할 것이 있다면 말해주십시오.

..네!

 

일리움이라고 하는 천재공학자는 이런 상황이 다소 어색하고 민망한지 허겁지겁 종이를 보았다.

천재공학자라고 한다면 이름을 꽤 날렸을 텐데 일리움이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다.

궁금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배후가 신왕님이기에 더 관여할 수도 없다.

처음엔 이 쪽의 눈치를 보더니 익숙해졌는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한다.

그나저나 이 방 정말 종이밖에 없구나. 둘러보면 책이 꽉꽉 들어찬 책장만 열 손가락 넘게 있다. 

구석에는 알 수 없는 여러 기구 같은 것들도 빛바랜 크리스탈 형상의 무언가도 있었다.

신왕전에 이런 곳이 있었나. 별 볼일 없는 것 같은 이 곳을 왜 그동안 막아두셨던 걸까.

그리고 왜 이제 와서 저 사람을 위해 개방한 것인가. 다른 천재들과는 다른가?

생각보다 알베르의 말처럼 할 것이 없어서 그냥 시간만 때우게 되었다.

 

 

 

 

 

이..이게 무슨 일이야!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그 사람이 수행원이라니

어떻게 짠 것 마냥 만날 수가 있는 거지? 심장이 쿵쾅거렸다. 누가 놀리는 게 아닐까?

가까이서 보니 멀리서 봤던 인상과는 또 달랐다. 표정이 없을 때 그는 서늘했다.

신경 쓰고 싶지 않은데 자꾸 신경이 쓰인다. 도면을 억지로 보려고 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쩌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한가득 인데 귀찮아하겠지. 실례겠지.

천천히 심호흡하고 생각을 정리했다. 공부 하러 왔잖아. 첫날부터 사고 치지 말자!

뭉쳐있는 종이들을 하나하나 펼쳐서 보는데 보면 볼수록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이건.. 우든레프의 기술이었다. 아니 하이레프 본거지니까.. 하이레프의 것인가?

근본은 같았으니까 모를 일이다. 하지만...

하이레프에 대해서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책장에 찾아보면 있을까?

책장에서 책 하나하나 꺼내보며 읽다가 몇 권 추려서 책상으로 가져갈 때 그 사람 쪽을 봤는데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아무것도 안 하는데 지루하시겠지. 그냥 편히 앉으시는 게 낫지 않나

책을 책상에 두고 그에게 말했다.

 

그.. 편히 앉아서 쉬세요. 소령님..?

 

아무 대답도 없다. 잠든 건가? 가까이 가기엔 좀... 무서운데.. 그러고 보니 이 사람 혼자가 아니다.

...지금 좀 위험한 상황인가? 그가 제정신으로 졸고 있기를 바라며 다시 말을 걸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아크 소령님?

 

안색만 살피려고 했다. 그런데 정말 순식간에 세상이 뒤집혔다. 내 등이 닿고 있는 곳이 바닥인가.

그리고 몸 위에서 느껴지는 묵직함. 분명 그 쪽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있지만.. 아크 소령님이겠지

이 느낌은.. 그 때 그 느낌이 확실하다. 불쾌하고 오싹하고 찝찝한... 

 

너지?

.......네?

너잖아. 그때 훼방꾼

...네? 저..전... 모... 모르겠는데요....?

왜 모른 척이야 섭섭하게. 우리 구면 이잖아? 쓰레기장에서 한번 봤을 텐데?

........

오 이제 말 좀 통하나? 

...당신은 누군가요...

내가 궁금해? 이런 괴짜는 또 처음 보네. 하기야 원래라면 이미 모가지가 날라갔겠지만 

 

그가 웃는데 소름이 돋는다. 아크 소령님이 웃는 것처럼 보이지만 확연히 달랐다.

구면 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이도 아니었다. 통성명을 한 것도 아니고 그건 정말 찰나의 시간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나를 기억하는 건가? 소령님은 나를 모르는 것 같았는데?

 

 

 

 

 

 

 

 

급하게 덧붙이자면 결국 스펙앜도 치근거리고 제른은 다른 일로 간섭하고

아크는... 머.... 앜여움이 될 수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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