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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여움

2023. 2. 22.

예전에 쓰다만 건데 남아 있길래...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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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아포칼립스 같은 앜여움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메이플 본편이 아포칼립스인 것이 떠올랐다

애들아 행복해져라

 

아무튼 보고 싶은 썰 풀기

포스트 아포칼립스?

 

 

 

그란디스는 스펙터 바이러스로 인해 종족을 가리지 않고 모두 스펙터가 되어버리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원인은 하이레프의 수도 아보리스에서 시작된 연구였다. (아쉴롬에 있을 때 잠깐 봤던 보고서에 의하면 그렇게 기록되어 있었다)

살아있는 존재는 스펙터 뿐이었다. 그들이 무슨 생각으로 연구를 시작했는지, 왜 이 바이러스를 퍼지게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 세상은 하나가 되었다.

혹시 모른다. 아보리스의 그들은 스펙터가 아닌 형태로 존재할 지도. 온전한 자신의 모습으로 존재할 지도.

하지만 확인할 방도도 없었다. 아보리스까지 갈 수 있는 방법도 없거니와... 가는 도중에 스펙터가 되어버릴 지도 모르니까.

 

여태까지 알아낸 감염 방법으로는 스펙터로부터 공격 당했을 때, 상처가 난다면 상처 부위로부터 에르다의 형질을 바꿔 스펙터로 변형되어 버리는 것이다.

현재 치료제는 없다. 원래대로 되돌릴 방법 또한 모른다. 치료제를 연구하려고 해도 스펙터를 생포하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그들은 왜 이런 짓을 한 거지? 수도 없이 생각해봤지만 알 수 없었다. 눈 앞에 있다면 물어보고 싶지만.. 아보리스의 그 자들도 스펙터일 수도 있었다.

아쉴롬에서 빠져나올 때 무리를 해서라도 일지들을 가져왔어야 했다. 좀 더 면밀히 살펴봤어야 했다.

고대 책에 쓰여있었을 지도 모른다. 아보리스가 저지른 만행을 다시 고칠 방법이.

연구하던 중에 떨어져 나왔던 무리였으니 좀 더 단서가 많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숨겨 놨을 수도 있다. 이렇게 포기하실 분들이 아니셨으니까.

평소에는 거들떠 보지 않게.. 하지만 기억 하기로는 출입 금지가 떨어진 곳은 없었다.

....스펙터가 조용해진 지금이라면. 어쩌면 다시 살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단 한번의 기회겠지만.

이전에도 아쉴롬에 가려고 문을 만들어 봤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아마도 어느 쪽이든 지켜내기 위함이었겠지.

하지만 이번엔 억지로 뚫고 들어갈 생각이다. 망가지면 이젠 다시 돌아갈 수도 없겠지만.

마지막 희망이란 심정으로 아쉴롬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

 

 

 

 

 

끔찍했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비명이 난무하고, 불꽃이 일고, 검은 연기가 가득 찬 곳. 소중한 사람들이 스러져 간 곳. 스펙터에게 베여 다른 이들이 스펙터가 되어가는 모습이 뇌리에 선명히 박혀 지워지지 않는다.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살려 달라고 외치다가 완전히 검은 가죽을 뒤집어 쓴 스펙터가 되어버렸을 때의 순간이.

숨을 짧게 들이켰다. 문을 탈 때마다 눈 앞이 캄캄해지고 아찔해지는 이 감각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눈 앞의 장소는 고요했다. 애초부터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아마 그 사태가 끝났다면 그리고 그대로 물러갔다면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게 맞았다.

존재한다면... 스펙터 뿐이겠지만. 하지만 그들이 아쉴롬 사람들이라면..? 입 안을 씹었다. 부디 발견하지, 발견되지 말았으면 한다.

 

아주 조용하게 움직였다. 곧장 아카데미를 향해 걸었다. 여러 부분 파괴되어 형태가 온전하지 않았지만, 어쩐지 여전히 제 기능을 하고 있었다. 가동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중앙 부유 공간을 타고 교장실로 향했다.

당연하게 파괴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교장실은 의외로 말끔했다. 말끔했지만..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물건을 가져간 것 같았다. 도대체 목적이 뭘까. 왜 침입했을까. 왜. 왜 이런 짓을 벌인 걸까.

교장실에는 도저히 단서로 삼을 수 있는 게 없어서 빠져나왔다. 숨겨 놓는 장치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문서로 기록했거나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지금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다.

정말 완벽하게 세계를 말아 먹으려고 작정한 것처럼. 치료의 치 라는 글자조차 존재하지 못하게 말살했다.

 

다른 곳을 둘러봐도 소득은 없었다.

정처없이 떠돌다가 도착한 곳은 천신제를 준비했던 실습실 이었다. 여러 크리스탈들이 줄줄이 놓여있었던 곳.

크리스탈들은 몇몇 성한 것 빼고는 깨져 있었다. 천신제를 준비하면서 기계를 다듬었던 때가 기억났다. 반짝이며 즐거웠었다.

즐거운 추억이었다. 아카데미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작은 단서 조차도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실낱 같은 희망이 끊어졌다.

추억거리 삼아 비교적 멀쩡해 보이는 크리스탈을 챙겼다. 어디든 쓰면 도움이 될테다.

잠깐 묵념의 시간을 가지고 아카데미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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