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쿠라모치 썰
5호실의 유령
세이도 기숙사에는 유명한 괴담이 있다. 5호실 유령이라고 야구부처럼 보이는 죽은 영혼이 종종 기숙사를 떠돈다는 소식이.
정말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동안 보지 못했으니 당연하겠지만. 사와무라가 요즘 기어오르는 것 같으니 좀 놀려볼까 하는 심정으로 그 괴담을 말했더니 사와무라가 오히려 눈을 동그랗게 뜨며 미유키 선배도 알고 있었냐고 하지 않는가.
그야 뭐 유명하니까..
그럼 본 적 있습니까?!
씩 웃으며 말하는데 기분 나쁨 마저 느껴진다.
귀신 본 적은 없는데.. 뭐야 혹시 보이기라도 해?
후후후후.... 물론이죠! 후하하하하 그렇게 무서운 귀신도 아니었슴다!! 아니 무섭긴 하지만!
어느 쪽이야. 너... 그러다가 험한 꼴 당하는 거 아냐?
흐흥. 여러 가지로 확인해봤는데 별거 없더라고요! 오히려 재밌기도 하고 즐겁습니다!!
....
공을 안 받아 줬더니 어디 이상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사와무라가 거짓말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데.. 일단 바보니까.
뭐 그리 컨디션이 썩 나빠 보이는 것도 아니고, 투수에 집중만 한다면 상관이 없긴 하지만. 근데 정말 위험하지 않은 거 맞아?
(생략)
오늘따라 집중이 되지 않아서 바람을 쐴 겸 밖으로 나갔다. 캔 이라도 하나 뽑아 마셔야지. 한 여름이라 그런지 공기가 그렇게 차갑진 않았다. 기숙사를 나가 그라운드 쪽으로 가는데 그라운드 가운데쯤 누군가 서있어서 뭔가 싶었는데 흐릿할 뿐이었다.
2군 선수들? 아니면 3군? 애들로 생각되는데 이 시간에 몰래 나와서 그라운드에 있다는 게 기가 찼지만 그뿐이었다. 딱히 얽히고 싶지도 않고. 그러려니 지나가려는데 눈이 마주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이 거리에서?
약간의 한기와 소름이 돋았지만 무시했다. 무시하려고 했다.
...미유키 카즈야?
......
뭐야. 눈 마주친 거 같은데.. 안 보이나?
.......
우와아아. 빨리 사라져야지. 얽히고 싶지 않다. 저게 그 소문의 귀신..? 유령 이랬나. 진짜 있구나. 그리고 보이기까지 하네. 들리기까지 하고. 아니 지난 1년간 보이지도 않다가 갑자기 왜? 사와무라 때문인가. 봤다고 해서? 아니 걔는 진짜 무슨 생각으로 귀신을 보고 이야기 나누고 그랬던 거야.
발걸음을 빨리 움직였다. 기숙사 쪽으로 갈까 했는데 목표했던 캔 이 생각나 자판기 쪽으로 옮겼다. 뭘 마실까 고민하고 있는 중에 한기가 들어서 살짝 눈을 굴리면 아니나 다를까 그 유령이 있었다. 나에게 무슨 볼 일이..?
신경 쓰이다가 버튼을 잘못 눌러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음료를 뽑아 버렸다. 달달한 건 별로 안 땡기는데.
이런 취향이었냐.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았는데..
......
뭐, 뜸 들이는 거 보면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
이 녀석 안 들린다고 생각해서 너무 막말하는 거 아냐..? 아니, 그것보다 좀 잘 맞아떨어져서 오싹했다. 이게 진짜 유령이라서 그런가? 아 이대로 모른척하고 가고 싶은데 눈 마주쳐 버릴 것 같다. 거기다 이 캔 음료는 어떻게 처리하지. 굳이 마시고 싶진 않은데.
와 근데 진짜 오랜만에 본다. 이거 사 먹는 사람 그다지 못 봤는데 보니까 마시고 싶네
.....하.....
이거 뭐 성불하라고 놔둬야 하나. 아니 쓸데없는 생각 말고 들어가서 잠이나 자자. 다음날이면 안 보이겠지.
(생략)
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아니 순전히 내 탓인가. 첫 만남부터가 잘못된 거다. 그냥 지나쳤어야 했는데.
호기심에 무턱대고 아는척한 게 문제였지. 가뜩이나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은데 괜히 일을 더 벌려서 무시할 수도 없고. 그래도 이 상황이 재밌긴 해서 즐기고는 있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말이 통한다는 점일까. 의외로 말을 나눠보면 대화하기가 편했다. 말다툼을 가끔 하긴 하지만 애교인 수준이지.
(생략)
팀원들과 떨어져 혼자서 배팅하고 있으면 처음부터 같이 있던 것처럼 자연스레 말을 걸어온다.
오늘도 혼자서 배팅이냐
뭐.. 그렇지.
그렇게 보여주기 싫은 거냐?
걱정해주는 거야♡?
질린다는 눈으로 바라보는데 정말이지 놀리는 재미가 있다니까.
너 보면 가끔씩 진짜... 답답한 거 알지?
그래 보여?
어
이 녀석하고 같이 있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네가 정말 살아있어서 같은 팀메이트였다면 꽤 괜찮았지 않았을까 하고. 그렇게 말한다면 소름 돋아 하면서 귀찮다고 할까. 그렇지만 역시 네가 그렇게 야구를 하고 싶어 하는 얼굴로 우리가 하는 플레이를 바라보면 생각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
그러고 보면 어쩌다 죽게 된 거지. 이름은? 포지션은? 1군이었을까? 이제 와서야 드는 생각이었다.
물어보면 알려줄 거 같긴 한데
너 또 쓸데없는 생각하는 거 아니냐
어.. 어?
배트. 계속 아무렇게나 휘두르고 있는데
하하하. 집중이 흐트러졌나 봐
캡틴이 돼서 말이야. 너무 빠져있는데 고시엔 갈 수 있겠냐
(생략)
뜨거운 여름날의 야구장이었다. 구장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고 치열한 공방전에 펼쳐지고 있었다.
전광판엔 익숙한 이름이 떠있었고, 그와 동시에 장내 아나운서를 통해 불리는 이름이 있었다.
3회 말 세이도고교의 공격. 1번 쿠라모치.
1점 차이로 앞서고 있는 세이도 로서는 더욱 거리를 벌리고 싶겠네요. 쿠라모치 선수는 발이 빠르니까 한 번 나가주기만 한다면 점수는 바로 따낼 수 있을 것 같은데요ㅡ
쿠라모치가 타석에 섰다.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주변의 뜨거운 열화와 같은 응원소리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상상도 못했는데. 쿠라모치의 경기라니 이건 꿈이겠지. 그렇지만 상당히 실제 같았다. 정말 그 당시에 있었던 것 마냥 그랬다.
쿠라모치의 플레이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도발적이고 저돌적인 도루와 뒤로 공을 흘리지 않는 유격수로 뛰는 모습도 무엇 하나 놓칠 수 없었다. 특유의 웃음소리까지 선명하게 새겨졌다.
실제로도 그랬을까. 너는 어떤 플레이를 했을지 궁금했던 것들이 풀려갔다.
경기는 세이도의 승리로 끝이 났고 벤치는 들떴다. 단순 쿠라모치 뿐 아닌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까지도 모두 흥미로웠고 재밌었다. 언제 적 세이도 였을까. 찾아보면 알 수 있을까.
아니. 지금 현재 눈앞의 시합이 더 중요하니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네 꿈을 꿨어
뭐?
꿈에 네가 나왔어
가위눌렸냐?
놀랄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는 게 뭔가 아니꼬웠다. 무슨 내용이었는지 안 궁금한가?
쿠라모치는 뭘 말하려는 듯 입만 한참 껌뻑거리더니 오늘은 이만 가라며 사라졌다.
... 귀신이 꿈에 나오면 악몽인가?
(생략)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또 꿈을 꿨다.
고시엔에 가는 버스 안이었다. 모두 한껏 들떴었다. 흥분과 긴장을 동시에 느끼며 앞만을 바라봤었다. 버스도 속도를 한껏 내며 달리고 있었고, 우리는 상대팀에 대한 이야기를 끊을 수 없었다. 나 또한 한껏 들떠 옆에 있는 선배에게 말하려 했다.
한순간이었다. 정말 한순간에 버스가 돌아버리고 눈앞은 희어졌다 어둑해졌다 정신 차릴 수가 없었다. 어떤 차가 불시에 들어오는 것을 봤지만 정말 그것뿐이었다. 소리가 들리는 듯싶었지만 점점 알아들을 수가 없었고,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눈이 감겼다.
눈이 뜨였다. 끔찍했다. 그건.. 죽은 거였지. 사고였다. 그렇지만 나는 아니었다. 그건 분명....
왜 보게 된 거지. 단순히 궁금했다고? 이런 꿈 뒤숭숭할 뿐인데. 본인의 입에서 듣는 것도 아니고. 꿈으로 봐서 어쩌자는 거야.
(생략)
쿠라모치 요이치. 경기 날 가는 길에 사고로 죽음. 포지션은 유격수. 발이 빠른 스위치히터.
내가 아는 전부.
사와무라에게 들은 바로는 레슬링 기술도 잘 안다고 하는데 보진 않아서 잘 모르겠고.. 가끔 발로 차던 게 그 기술이었던 건가?
(생략)
그럼 그때부터 계속 여길 떠돌았던 거야? 못 이뤘던 목표를 이루고 싶어서 성불을 못 했던 거?
글쎄다
고시엔에서 우승하면 사라지려나?
모르겠는데
자기 일임에도 시큰둥 말하는 게 별 중요하지 않은가 싶어 나도 신경 끄기로 했다. 시험공부를 하는데 집중이 안 돼서 기분 전환 좀 하려 했더니 이도 저도 아니게 되어버렸네.
녀석에 대해서 안다는 듯이 말했던 게 화근인 건가. 꿈에서 본 내용을 대충 찍어서 얘기했더니 순식간에 표정이 험악해지긴 했지. 꿈에서 봤다고 해도 믿지도 않고. 뭐 믿을 법한 이야기는 아닌가.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자기가 제일 못 믿을 존재인데.
다른 사람들에게 보인다고 했지. 널 봤던 사람은 누구누구였는데?
지금으로 따진다면 사와무라. 그리고 너.
지금이 아니라면?
료상, 준 선배
뭐야 꽤 많이 보나 보네?
햐하하 글쎄. 모르지. 졸업하면 대부분 못 보더라고. 몇 번 찾아왔었는데.
전혀 보지 못하는 것 같더라.
그렇게 말하는 네 모습이 조금 쓸쓸해 보였다. 뭐라 해줄 말이 없었다.
동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싫고, 너는 그런 말을 받을 사람도 아니고 받을 타입도 아니니까. 그뿐이었다.
어느 바보라면 자기는 꼭 보겠다고 하겠지만 확실하지 않은 불투명한 미래를 걸고 말하는 건 나에겐 안 맞는데..
그렇지만ㅡ
나도 나중에 못 보게 되려나
그럴지도. 너라고 뭐 특별하겠냐
하하. 그래도 힘들면 털어놓으러 오고 싶은데.
오지 마. 혼잣말하는 미친 사람처럼 보일 테니까.
하긴 답도 못 듣는데. 어라, 그럼 좋은 거 아냐? 쿠라모치만 일방적으로 듣고.. 흉봐도 되는 건가?
뭐 인마?
(생략)
이 밑은 정말 설정이나 대사뿐.. 순서 상관x
(뭔 트러블이 생겨 사이 나빠짐)
딱히 나에게만 보이는 것도 아니잖아. 다른 녀석들과 얘기라도 해보면?
......
아니 됐어. 우리들 집중해야 하니까. 되도록이면 신경 안 쓰이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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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키 카즈야!!! 당신 쿠라모치 선배에게 뭐라고 했습니까?!! 왜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건데요
사와무라 대회 코앞이다. 그런 유령 신경 쓰기 전에 네 투구부터 신경 쓰는 건 어때?
당신..!!!
*
뭔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곱씹었는데 그 녀석이 있었다. 살짝 다툼으로 정말 아예 자취를 감춰버릴 줄이야. 성불을 한 건가 아니면 나에게만 보이지 않는 건가. 사와무라가 내 눈치를 보다가 살짝 자리를 피하긴 했는데.
이대로 졸업하면 다시는 못 보는 건가. 후련하질 않네.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뭐.. 들어줄 지 의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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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하나 줄 수 없어.
아니 지금도 충분히 주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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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무서워. 의외로 우리 학교 죽은 사람 꽤 있다?
학교 밖으론 나갈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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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잡지로 써봤자 못 읽을 테니까 tv 프로야구에서 다시 인터뷰.
역시 너와 같이 야구하고 싶다. 쿠라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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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만 모치가 못 봤으면 좋겠다. 모치는 어차피 기숙사에 매여있고 학생들은 자기 시합 준비하는데 바빠서 이야기 하나 안 나올거 같고.. 프로 얘기를 애들이 하려나. 미유키 이야기는 나올법 하겠다.
생각해보니 에쥰이 있었네.........? 흠.... 그치만 모치가 놔주자. 고시엔 가서 우승이나 하라는 둥
뮤키는 졸업하고서 결국 쿠라모치를 못 봤으면 좋겠고 에쥰이는 봤으면 좋겠다. 뭔가 통해서?
졸업하고 둘이서 같이 와도 좋겠는데.. 저녁? 쯤에 에쥰이는 모치가 보여서 엥??? 하는데 모치가 입 다물라는 제스쳐를 취할 듯.
뮤키가 뭐냐고 물으면 아니 그냥.. 많이 안바꼈네요? 하는 대충 얼버무리는 말 하는데 좀 더 둘러보겠다면서 자리를 떠서 모치 쪽으로 갔으면 좋겠다. 뮤키도 뮤키 나름대로 그냥 주변이나 둘러봤으면 함. 바람 쐬러 온거였음 좋겠다.
에쥰이 모치 보고 뭐..뭡니까?! 졸업하고서 안보이는 거 아녔어요?! 그것도 거짓말?!!! 하는데 모치가 시끄럽다고 발로 차지만 역시 닿진 않겠지.. 나도 니가 보인다는 게 안 믿긴다면서 굳이 보일 거라면.... 하는데 말은 잇지 못하자.
에쥰이 눈치를 보더니 뭐.. 말이라도 전해드릴까요! 하는데 관두라고 하겠지. 그럼 에쥰이 물어라. 두 분 크게 싸웠슴까..? 슬쩍 물으면 별 거 아니라고 해라.
그렇게 뮤키는 별 소득 없이 돌아갔으면 좋겠다. 언제 또 올지도 모르겠고. 어차피 앞으로 보이지 않을 거라면...
*
혼자 와서 혼잣말하는 뮤키도 보고 싶다.
*
엔딩.. 생각해 둔게 2개 있는데 아직도 못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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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끝까지 못 만나고 헤어지는 거.. 서로 독백으로 끝남. 이 세상 아쉬움이 아니다
쿠라모치가 사고 났을 때 죽은게 아니라 식물인간이 되어 있는 상태... 에서 깨어나 극적으로 다시 만난다거나?